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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처참하게 패배했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되리라 예정되어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끔찍하게.
차원침략자들은 강했고, 많았고, 지독했으며, 잔인했다. 인류의 터전 메르바에 처음으로 게이트가 열리고 500년―장대한 세계수호전쟁의 끝은 비참한 몰락이었다.
살아남은 얼마 되지 않은 메르바의 인류는 지하 벙커로 기어들어, 그저 침묵 속에서 그들에게 이윽고 찾아올 죽음을 기다렸다. 그들에게 희망이란 단어는 용납할 수 없는 모독이고 치욕이었다.
- 깡! 깡! 깡!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자신은 오늘도 쇠를 두드리고 있는가.
희망 한 톨 남지 않은 세상에서, 어째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하는가.
행성 메르바에 마지막으로 남은 한 명의 대장장이는 스스로도 그것을 의아하게 여기면서도, 손만은 결코 멈추는 법이 없이 망치를 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