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함의 이유
천염존 적양은 아찔함을 느끼며 무릎을 꿇었다.
단전이 파괴되고 기경팔맥 중 세 곳이 끊어지며 전신에 남아 있는 기혈이 폭주하게 될 것을 적양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천염공.
하늘을 불태우는 복수자의 신공마저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에 그는 절망했다.
수련했다.
복수를 위해서.
이 빌어먹을 무림을 말살시켜버리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고 이계의 존재들과도 손을 잡았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는 것인가.
적양은 이를 갈며 눈 앞의 사내를 노려보았다.
가장 경계했던 정파놈들도 아니다.
가장 강력했던 마교놈들도 아니다.
하다못해 이계의 졸자들조차 아니었다.
그저 힘없는 이들의 고혈이나 쥐어짜며 쓰레기같은 짓거리나 하는.
그저 쓰레기라고 밖에 표현할 길 없는 사파의 무뢰배에게 이렇게 패배하게 될 줄이야.
적양은 치밀어 오르는 진혈을 간신히 꿀꺽 삼킨 후 그를 노려보았다.
바람 한점이 불면 삭아 떨어질 것 같은 낡아빠진 옷을 입은 사내는 무덤덤한 눈을 하고 있었다.
거슬린다.